10/01/2007

세외전

다산연구소

예나 지금이나 백성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가혹한 세금입니다. 나라의 구성원이라면 국법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가 있게 마련이고, 그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온갖 불이익을 곱으로 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가난한 백성들, 먹고 살기도 힘겨운데, 이중 삼중의 세금은 등짝을 굽게 만들었습니다. 지주에게는 지세(地稅)를 바쳐야하고 나라에는 국세를 바치는 불쌍한 농민들, 세금만 물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다산은 강진에서 귀양 살며 남의 집안 초당에서 객으로 살았습니다. 초당 주변에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심고 연못을 파, 경관을 아름답게 꾸몄습니다. 초당 아래 등성이를 일구어 계단밭을 만들고는 미나리를 심어 식용으로 쓰기도하고 팔아서 용돈을 만들기도 했지요. “초당 아래 세금 없는(稅外) 밭을 새로 일구어”란은 시에서 보이듯, 세금 물지 않는 것을 이렇게 기쁘게 여긴 적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는 예부터 다세(茶稅 )가 없으니 (東方自古無茶稅)
      앞 마을에 개 짖는 소리에도 무섭지 않네 (不怕前村犬哭時)

모 든 종류의 특산물에는 세금을 물기 마련이나, 지천으로 흩어져 자라는 자연산 차에는 세금이 없으니, 관리들이 마을에 들이닥쳐 개가 짖더라도 겁날게 없다는 다산의 시는 백성들의 심정을 얼마나 날카롭게 표현했습니까. 토지대장에 아직 올리지 않아 새로 일군 토지에 세금이 없어 즐겁고, 다산(茶山)에 무성한 차에는 세금이 없어 기쁘다는 다산의 심정이 조선시대 백성들의 마음이었습니다. 군포세(軍布稅)가 무서워 자신의 생식기까지 자르던 슬픈 백성들, 그래서 공자는 가혹한 행정이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고 말했을 겁니다.

오늘날 3백만명에 육박하는 국민연금 체납자들에게 이 제도가 혹시 호랑이로 둔갑한 것은 아닌지 잘 살펴볼 일입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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