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와 온두라스는 잘 알려진 커피 생산국이다. 굳이 말하자면 우리들에게는 과테말라가 좀더 친숙하겠지만..
하지만 나는 두 나라에서 나온 커피 중 한가지만을 고르라면, 온두라스 커피를 택할 것이다. 커피 맛 때문은 아니다. 두 나라는 붙어 있지만, 적어도 커피에 관해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사실 커피의 품질을 얘기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과테말라 커피가 좀더 우수하다고들 한다. 두 나라는 붙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온두라스가 좀더 커피 재배지의 고도가 낮은 편이고, 경작 기술 역시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다. 게다가 과테말라는 비교적 큰 농장을 운영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지만, 온두라스는 같은 크기의 산에 수십 개의 서로 주인이 다른 농장들이 분포해 있다. 다시 말해 농장들이 말 한 마리 끌고, 농사를 지을 수 있을 만큼 작다는 뜻이다. 농장이 체계적으로 관리될 리가 만무하다. 이렇게 커피 경작하는 모습이 다른 만큼 농부들의 얼굴도 많은 차이가 있다.
예전에 과테말라 아나카페의 안내를 받아, 각 지역의 농장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농장주는 산중턱에 수영장이 딸린 멋진 별장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우리는 훌륭한 음식을 대접받았다. 하지만 농부들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까지 학교는 커녕 싼 값에 일터로 내몰리고 있었지만, 제대로 된 옷과 음식을 제공받지는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 농장에서는 방문객들을 위해 바비큐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노동자인 어떤 어머니가 환영 파티에 쓰일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옆에서 아이가 먹을 것을 달라고 떼쓰는 모습을 보았다.
반면 온두라스의 농부들은 아주 작은 밭을 일구는 정도지만 그 표정은 매우 행복해 보였다. 최근 COE 경매나 Micro lot 등이 품질이 좋으면 매우 비싼 가격에 팔려 나가는 덕에, 좋은 커피를 만들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커피를 만드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서는 가족이 커피 농장을 가꾸면서 아이들은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물론 커피 농사를 계속 이어갈지 선택하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다.
커피 맛이 발전된 기술로만 결정되진 않는 듯하다. 온두라스 농부들의 커피를 관리하는 정성만큼은 남다르다. 온두라스에서 coe 입상한 농장에 방문했을 때 농장 주인은 이것저것 자랑처럼 얘기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커피 발효 탱크가 화장실의 욕조보다 깨끗했다는 점이었다. 탱크에 세라믹 타일까지 도배해서 깨끗이 관리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커피에 대한 애착이 느껴졌다.
물론 내가 본 모습이 이 두 나라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커피 맛을 떠나, 과테말라 커피를 마실 때는 애환이, 온두라스 커피를 마실 때는 희망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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